
지난 주말에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보고 왔습니다. 6월 6일 7시 공연이었고요.
공연 장소는 국립 중앙 박물관 및 용산 가족 공원에 위치한 극장 용. 이렇게 집 가까운 데에 멋지고 운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. 자주 놀러가야겠어요.
제가 본 공연의 타이틀롤은 위 사진에 보시는 바와 같이 뮤지컬에서는 신인인 공형진과, 전수미라는 배우였습니다. 공형진이 카이사르 즉 시저, 전수미가 클레오파트라였습니다. 전수미라는 배우는 뮤지컬 쪽에 꽤 유명한 배우라고는 하는데, 뮤지컬을 즐기지는 않아 잘은 몰랐고요. 다른 분들도 당연히 알 리가 없었죠. 공연 날짜 지정은, 그리하여 순전히 공형진이라는 배우에 초점을 맞췄고요. 이 작품이 공형진의 뮤지컬 첫 데뷔작이라는 것 또한 알 수가 없었죠. 고백하자면 티켓 50% 할인에 혹해서 본 것이기도 해요.
이번 클레오파트라 공연의 제 감상평은 중 정도였습니다. 이 공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공연부터 봤기 때문에, 보면서 막연히 브로드웨이 작품은 아닐 것이다란 생각은 했는데, 역시 유럽 쪽 뮤지컬이더군요. 그래서인지 진지의 극단을 보여줬달까요. 뭔가 공연 중간 중간 감초들이 등장해서 공연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는 것을 바랬었는데, 전혀 그런 건 없더군요. 오로지 스펙터클에다 진지한 감정의 과잉만 넘쳐 났고, 적은 인원이다 보니 그게 왠지 안쓰러워 보였어요.
배우들은, 공형진은 별로였고, 전수미는 좋았습니다.
공형진은 희극의 이미지가 역시 너무 강해요. 그렇게 정극 연기를 하는 게 뭔가 어울리지는 않더란 거죠. 그래도 열심히는 하더군요. 중간에 노래 삑사리만 없었어도 별로란 말까진 안했을 텐데,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들 틈에 있다 보니 노래 쪽에서 많이 딸리는 건 사실이었어요. 다음엔 다른 뮤지컬에서 역동적인 감초 조연 같은 걸 맡으면 상당히 괜찮을 거 같아요. 좋아하는 배우라 뮤지컬 쪽에서도 자기 나름의 가능성을 찾길 바라 봅니다.
클레오파트라 역의 전수미는 이번 공연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. 이 분 때문에 그나마 감상평이 중이 된 거예요. 외모에서 풍기는 포스도 콧대 높은 클레오파트라 역에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요. 가창력에서도 이 공연 중의 어떠한 배우들보다 뛰어나더군요. 나름 유명한 분이시라는데 유명한 이유가 있더이다.
다른 조연들은 글쎄요...
안토니우스는 그냥 평범, 옥타비아누스는 너무 껄렁댔어요. 거기다 시저 암살에 옥타비아누스가 개입을 하다니 이 무슨 역사 왜곡인가요. 뮤지컬에 역사의 잣대를 대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말입니다. 그래도 둘 다 전문 뮤지컬 배우라 노래 하나는 잘 하네요.
촐싹대는 주피터도 별로였어요. 주피터라기보다는 디오니소스라고 해야 맞지 않나요? 로마신들의 왕이 거지같은 꼴을 해서 저런 쓰잘데기 없는 해설 역할을 하다니...
전수미와 함께 또하나 인상 깊었던 게 뱀이었어요. 모지민이란 남자분이 뱀 역할을 했는데, 대사와 노래는 하나도 없고 오로지 춤 하나로만 승부하는 배역이더군요. 너무나도 유연해 1부 공연 마치고 휴식 시간에 누군지 확인하기 전까진 여잔지 남잔지 전혀 구분이 안갔어요. 정말 춤 하나는 멋지고 기가 막히게 춘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. 새인가요? 그 역할을 하신 분의 춤도 꽤 멋있었고요.
노래는, 많은 노래가 나왔지만, 몇 곡 빼고는, 좀...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침실에서 부르는 사랑의 듀엣이 제일 좋았습니다.
정말 간만에 본 뮤지컬이었어요.
8,9년 전인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배우들이 나왔던 오페라의 유령을 봤는데, 그때 지하에 있는 호수를 표현한 무대 장치에 아주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. 그리고 이후 3년 전인가 김종서가 출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봤는데, 그 공연은 정말 별로였어요. 신자가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, 꽤 지루했던 기억 밖에 없네요.
이래저래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 그리 좋은 말은 안 쓴 것 같은데, 아주 나쁜 공연은 아니었습니다. 보러 가실 분은 망설이지 말고 보러 가시길...